<김태흥칼럼> 갈등의시작

김태흥 승인 2023.11.19 22:36 | 최종 수정 2023.11.19 22:38 의견 0
감정노동연구소 소장

살다 보면 이러다 미쳐버리겠다는 때가 가끔씩은 있다. 직장에서 또는 인간 관계에서 고통을 당할 때가 있다. 귀인을 만나지는 못 할지 언정 악인을 만날 때도 있고 또는 서로의 입장 차이나 이해 관계 때문에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널 때도 있다. 직장에서 말도 안되는 일을 강요 받거나 아랫사람을 무시하고 하찮은 물건 취급을 하는 상사, 자기 주장만 하며 남의 말에 귀를 막는 사람들을 보면서 마음의 병이 깊어 지기도 한다. 그것이 개인간의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 조직과 직장 전체가 병들고 심지어 기업이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실제로 위기에 처한 기업들의 사례에서 기업의 잘 못된 선택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갈등은 어떻게 퍼져 나가는지 앞으로 펼쳐질 칼럼에서 분석하며 원인을 파헤 치고자 한다.

MZ세대라고 불리는 요즘 세대는 IT기기와 첨단기술은 자유자재로 다루지만 정작 자신의 내면에 있는 마음은 잘 다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세대를 넘어서 분노조절 장애가 급증하고 이기적이며 공감능력이 떨어지고 있다. 젊은 꼰대가 속출하고 있으며 사회적 관계능력이 떨어져 대인관계도 미숙하고 연애도 서툴고 은둔형 외톨이도 속출한다. 어렵게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어도 부부관계는 삐걱거리고 자녀교육도 엉망진창이 된다. 심지어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대인관계마저 무너져서 은둔형 외톨이로 빠지기도 한다.

또한 기성세대는 첨단 기기를 잘 못 다루고 오히려 MZ세대에게 배워야 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농경 시대와 제조업 산업 사회에서는 언제나 경험과 나이 많은 사람이 아랫사람을 가르치는 시대였다. 그러나 IT 시대가 도래하고 4차 산업 혁명 시대가 되면서 이제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배우는 시대가 되었다. 선생님이 학생에게 배우고 부모님이 자식에게 배우고 상사가 직원에게 배우는 시대다. 모든 게 바뀌었다. 과거의 리더십은 무용지물이 되기 일 쑤고 새로운 가치관과 환경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에 기존의 가치관과 기성세대는 한물간 퇴물이 되기도 한다.

MZ세대는 태어나서 기어다닐 때부터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았고 컴퓨터를 생활의 도구로 사용해온 세대다. 컴퓨터를 업무용으로 사용하던 기성세대와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정보나 데이터를 검색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업무처리 속도가 매우 빠르다. 빠른자가 느린자를 이기는 "속도의 경제" 시대에서 기성세대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경쟁력이 있다. 생각의 범위도 넓다. 기성세대가 국가단위인데 비해 신세대들은 글로벌 차원으로 보고 생각한다. 따라서 곳곳에서 초역전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만 그런게 아니고 전세계적 현상이다. 실제로 어지간한 기업에서 일은 2030신세대들이 다한다. 관리자와 임원들은 이들이 보고한 것을 손봐서 조직의 장에게 올린다. 대부분의 일은 신세대가 다하는데 연봉은 윗사람들이 훨씬 많다. 신세대들은 이를 불공정하다고 여긴다. 신세대 젊은이의 의욕을 꺽고 화를 돋구는 것은 꼰대질이다. 꼰대질이란 직장상사나 나이많은 사람이 부하직원들에게 구태의연한 방식을 강요하는 것이다. 신세대들은 꼰대질에 강력하게 저항하고 이는 직장문제를 떠나 사회문제로 까지 확산되었다. 꼰대를 영어로는 "ggondae" 라고 쓴다. 부정적 한류인 것이다. 한국에서는 꼰대질하는 상사들이 신세대 젊은이들의 강력한 저항을 받고 있다고 외신에 보도되면서 알려진 단어다.

꼰대와의 갈등

꼰대의 어원에 대해서는 두 가지의 설이 있는데 첫 번째는 번데기의 영남 사투리인 '꼰데기'가 어원이라는 설인데 번데기처럼 주름이 자글자글한 늙은이라는 의미에서 ‘꼰데기’라고 부르다 ‘꼰대’가 되었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는 프랑스어 백작인 콩테(Comte)에서 왔다는 설이다. 일제강점기 당시 을사오적으로 유명한 이완용 등 친일파들은 백작, 자작과 같은 작위를 수여 받으면서 일본식 발음 '꼰대'라 불렀는데, 즉, '이완용 꼰대'라고 부른 것에서 꼰대라는 말이 시작됐고, 친일파들이 보여준 매국노와 같은 행태를 '꼰대짓'이라는데서 기원 했다는 설이다.

그러다가 서울에서 나이 많은 남자를 가리키는 은어로 쓰기 시작하다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는 주로 남자 학생이나 청소년들이 또래 집단 내에서 아버지나 교사 등 남자 어른을 가리키는 은어로 사용 되었다. 그러다 이들이 사회 진출을 하면서 대중적인 용어로 확산되었다. 그러던 것이 기성세대를 전체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 되더니 이제는 직장에서 대학에서 자신 보다 몇 살만 많아도 꼰대라고 불린다.

이른 바 젊은 꼰대의 출현이다.

나이를 불문하고 꼰대질이라 불리는 꼰대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우선 “본인이 맞다”는 진심과 확신에 가득 차 있다. 나이 먹은 꼰대는 라떼로 통칭되는 “나 때는 말이야” 하면서 옛날 이야기로 아랫사람에게 과거의 향수 어린 이야기로 꼰대 짓을 하는데 반해 젊은 꼰대는 자신의 믿음은 진심과 진실이라는 것을 확신에 차서 강요하는 꼰대 짓을 한다. 정치 경제 계급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즉 지금의 꼰대는 남보다 우월하다는 심리적 확신이 가득 찬 사람이다. 이런 꼰대를 만나면 자연스럽게 대화는 줄어 들고 갈등은 커진다. 그런데 그런 확신은 도대체 어디에서 올까?

아마도 나이갈등/존댓말/서열중독/확증편향 이런 것들이 그 원인 중에 하나가 아닐까? 본 칼럼을 통해서 하나씩 알아보자

나이 갈등

서울의 탑골공원에서 70넘은 노인 둘이 싸우는 것을 목격한 일이 있다. 그런데 싸우는 내용이 실소를 금치 못했다.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대한민국은 전세계에서 나이 서열이 가장 발달 된 나리이다 그래서 세계에서 유일하게 나이를 속이고 뻥튀기 하는 나라가 아닌가 한다. 찬물에도 위아래가 있는 유일한 나라이고 70이 넘어도 대가리에 피가 마르지 않는 유일한 나라이다. 심지어 담배에도 서열이 있다. 미국도 일본도 중국도 담배는 위아래 상관없이 피운다 심지어 미성년자 자녀와 도 맞담배를 핀다. 다만 건강 때문에 금연을 권고하고 판매를 금지 할 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아랫사람이 허락도 없이 담배를 뻐끔 뻐끔 피고 있다면 아주 버릇없는 놈으로 찍힌다. 그리고 나이가 위에 있으면 바로 서열이 성립된다. 윗사람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아랫사람을 통제하려고 한다. 담배의 서열도 찬물의 서열도 나이에서 유래한다. 그런데 나아 서열을 더욱더 강화시키고 갈등을 고착 시키는게 있다.그것은 존댓말과 반말이다.

존댓말과 반말

여러국가에 존대말이 있지만 대한민국의 존댓말이 제일 복잡하고 발달되었다 한다. 더군다나 우리 나라는 나이 서열이 정해 지면 존대말과 반말이 정해진다. 형, 선배님 등등의 호칭과 함께. 그리고 반말을 하는 윗사람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강요하기도 한다. 존댓말을 쓰는 아랫사람은 윗사람의 견해에 대해 무시 하거나 반대 되는 의견을 밝히지 않는 것이 미덕이 되 버린다. 여기서 꼰대가 발생한다. 이중언어 가족이라고 있다 영어와 한국어를 같은 모국어로 사용하는 가족을 말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아이를 혼낼 때 영어로 혼내지 않고 우리말로 혼내는 가족이 많다고 한다. 영어같은 존댓말 반말이 없는 언어로 혼내면 아이가 자기의 의견을 당당히 밝히기 때문에 어른의 권위가 서지 않는 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말로 혼낼 때는 아이가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말은 서열 언어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당당하게 자기 의견을 밝히는 순간 “어른이 말씀 하시는 데 어디 토를 달어!” 이런 뉘앙스가 분명히 있다.

영어에도 존대의 표현이 있지만 서열 언어로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것이 있다. 유럽 계통의 언어는 반말이 아니 라는 것이다. 오히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는 존중어에 가깝다. 즉 ”you”는 “너” 라기 보다는 존중의 의미를 담은 “당신”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 하다. (비정상 회담의 타일러 의견) 그러므로 처음 보는 사람이나 교수님이나 직장 상사에게도 편하게 you를 사용 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이 뺨에 무엇인가가 묻어서 보좌관이 급히 대통령에게 쪽지를 전달했는데 이것이 언론에 공개 되었다. “Sir, there is something on your chin” 대통령에게도 you를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존중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you라는 단어를 쓰면서 혼을 낸다는 것이 얼마나 비 효율적인지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나이 서열, 직급 서열에 존댓말 반말이 뒤섞인 현상은 직장에서 여러가지 문제를 야기 시킨다. 먼저 꼰대 문화의 강화이다. 꼰대는 반말을 하고 아랫사람은 존댓말을 하는 순간 브레인스토밍 같은 회의 기법은 무용지물이 되버린다. 그런데 나이 서열과 직장의 직급서열이 뒤집혀 있는 경우가 있다. 대기업도 공무원도 여러 조직에서 이문제는 심각하다. 대리나 주임은 20대 후반인데 신입 사원이 30대 이상이면 문제가 심각 해진다. 말한마다 한마디가 조심 스럽다. 나이 어린 상사가 반말로 형뻘이나 오빠뻘 되는 사원에게 반말로 하대 하며 업무 지시를 하는 경우를 드라마에서 종종 본다. 존대를 하더라도 반말투의 형식적인 말투가 일상적일 수가 있다. 이럴 때 나이 많은 아랫사람은 나이서열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 이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 전직원이 반말로 대화하는 회사가 있다고 언론을 장식하기도 하였다. 스타트업 회사를 중심으로 실험이 되고 있는데 나는 반드시 실패한다고 본다. 미국 회사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영어로 이야기하는 것을 서로 반말을 하는 걸로 착각 하고 그런 선택을 한 것 같은데 그것은 오해에 가깝다. 그들은 서로 존중어를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반말을 사용하는 것은 우리 나라뿐 아니라 외국도 정서상 받아 드리기 어려울 것이다. 차라리 반말 사용을 금지하고 모든 구성원이 존중어 와 존댓말을 사용하는 것이 유럽 언어의 평등 정신에 가깝다.

저작권자 ⓒ 더리더스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