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흥칼럼> 인텔이 꼰대기업이 될때

김태흥 승인 2024.01.01 19:46 의견 0
감정노동연구소 소장

꼰대문화를 뇌과학과 진화심리학으로 설명하는 내용을 지난 칼럼에서 소개한바 있다. 또한 꼰대 문화 나이갈등/존댓말/서열중독/확증편향 등의 구체적인 근본 원인을 다루었다. 이번호에는 세계적인 기업 인텔이 어떻게 꼰대 문화에 빠졌으며 그것 때문에 어떻게 위기에 봉착 했는지 알아 본다..

기업이 확증 편향에 빠질 때 아무리 혁신적이고 잘나가던 기업도 꼰대 기업이 되고 흔들리게 된다. 컴퓨터의 두뇌 CPU를 생산하는 철옹성 제국 인텔은 어떻게 그 자리를 위협받게 되었을까? 그것은 인텔의 6세대 CEO 브라이언 크르자니크가 취임 하면서 시작되었다. 브라이언이 취임 하기전에는 인텔은 그야 말로 기술과 생산과 마케팅에 독보적이었다. PC시장에서 90%이상의 점유율, 서버시장에서의 99%의 점유율을 가진 CPU의 최강자 인텔에게는 아무도 도전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모든 제국이 그랬던 것처럼 제국의 균열은 내부에서부터 온다. 인텔이 그랬다. CPU의 거의 유일한 경쟁사 AMD는 주가가 1달러로 곤두박칠 정도로 시장에서 버림받았고 다시는 재기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 적인 평가였다. 인텔은 성공 신화에 사로 잡혔다. 인텔이 하면 무엇이든 된다는 확증편향에 빠진 것이다. 그리고 독선이 시작되었고 독선은 갈등을 불러 왔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이건 이렇게 될거야”

꼰대들이 하는 전형적인 멘트이다. 인텔ㄹ이 그랬다. 자신의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변화를 거부 하는 것이다. 과거의 경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과 기업은 급변하는 사회에서 몰락의 길을 걷기 십상이다. 그저 하던 대로 익숙한 것이 좋은 것이고 과거에 성공에 취해 새로운 시도를 귀찮아 한다. 그리고 그것이 가치 기준이 되어 버린다. 전형적인 확증 편향이다.

CPU시장을 쥐락 펴락 하는 인텔은 신제품 CPU를 내놓으면서 이전 버전의 마더보드(주:컴퓨터의 메인기판)와는 호환이 안되도록 하여 신형 마더보드를 무조건 시도록 만들었다. 기존의 PC를 업그레이드 하고 싶은 많은 소비자들과 갈등을 일으켰다. 그래도 인텔제품은 잘 팔렸다.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신형 마더보드와 함께 구입 해야 했다. 그리고 이익은 극대화 되었다. 인텔이 하면 소비자의 욕구를 거꾸로 가도 무엇이든지 된다는 확증 편향이 기업에 새겨졌다.

또한 인텔의 틱톡 전략은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한 해는 공정의 미세화(=틱전략)와 그 다음 해는 아키텍쳐의 쇄신(=톡전략 )을 교대로 진행하면서 새 제품을 출시해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전략이 잘 먹힐 때는 인텔의 연구소에는 외계인을 납치해서 외계 기술을 도용한 것 같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이 틱톡 전략은 방대한 R&D 인력이 필요하고 엄청난 운용 비용이 들어간다.

그러나 인텔이 하면 무엇이던지 하면 된다는 확증 편향에 빠진 CEO 브라이언 크르자니크는 기술 개발 보다는 이익의 극대화를 통한 CEO로서의 자신의 입지를 다지는 것이 중요 했다. 전형적인 꼰대가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엄청난 R&D 인력을 대폭 해고한다. 이 과정에 많은 엔지니어들과 갈등이 증폭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고 인텔은 혁신과 변화를 잃어버렸다. 해고된 인력들은 경쟁사인 AMD는 물론 대만의 TSMC 삼성전자 등으로 흩어졌다.

드디어 AMD에게 기회가 왔다. 엔지니어 출신 전설의 CEO 리사수가 취임 한 것이다. 리사수는 R&D 인력을 대폭 보강하고 새로운 아키텍쳐를 기반으로 한 CPU 라이젠을 내놓는다. 라이젠은 AMD역사상 최고의 CPU로 평가받고 있는 차세대 CPU 일뿐만 아니라 가격과 성능에서 인텔을 압도했다. 그리고 PC 시장의 절반을 휩쓸며 인텔을 위협하는 위치에까지 올라 섰다. 과거의 AMD는 시장에서 철저히게 버림 받으며 주식시장에서도 퇴출위기에 놀일 정도로 상황이 심각 했었다. 그러나 인텔의 성공에 취한 확증 편향은 인텔을 위기에 몰아 넣었을 뿐만 아니라 시장에서 버림 받던 AMD까지 살려 놓았다. 이렇게 꼰대의 확증 편향은 기업까지 꼰대 기업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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