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흥 칼럼> 쌍용자동차와 디자인 확증편향

권영수 기자 승인 2024.02.21 11:12 | 최종 수정 2024.02.21 11:15 의견 0
감정노동연구소 소장

꼰대문화를 뇌과학과 진화심리학으로 설명하는 내용을 지난 칼럼에서 소개한바 있다. 또한 꼰대 문화 나이갈등/존댓말/서열중독/확증편향 등의 구체적인 근본 원인과 세계적인 기업 인텔과 LG전자등이 어떻게 꼰대 문화에 빠졌으며 그것 때문에 어떻게 위기에 봉착 했는지 알아 보았다.

지금은 KG그룹으로 인수되어 KG모빌리티가 되었지만 과거의 쌍용 자동차의 디자인 이력을 살펴 보면 꼰대 문화의 확증 편향이 어떻게 한 기업을 파멸의 문턱까지 몰아 갔었는지 알 수 있다. 법정관리 까지 가고 공중 분해의 위기까지 몰렸던 쌍용자동차가 사실은 그 몇 년 전 멋진 재기의 기회를 잡은 적이 있었다. 신호탄은 티볼리였다. 티볼리는 여러 면에서 혁신적이었다. 우선 그 당시 존재하지 않았던 시장인 소형 SUV를 국내 최초로 출시한 것이다. 지금은 코나 스토닉등 소형 SUV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지만 원래 SUV는 중대형 차량이 선도하는 시장이었다. 쏘렌토 싼타페 같은 덩치가 큰 남성적인 이미지의 차량들이 주름 잡는 시장에 소형 SUV를 내 놓는 다는 것은 여러가지로 모험적인 도전이었지만 결과는 대 성공이었다. 특히 티볼리의 디자인은 우락부락한 남성적 이미지에서 탈피해서 세련된 도시의 이미지 부드러운 여성의 이미지가 강했다. 실제로 여성고객들의 선호도가 매우 높은 차량으로 자리 매김 했다. SUV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쌍용차는 디자인 확증 편향에 빠진다. 후속 신체품을 내놓는데 전부 티볼리의 디자인을 기반으로 제품을 출시 했다. 티볼리의 디자인 성공신화에 빠진 것이다. 대형 SUV 렉스턴이 그랬고 중형 코란도가 그랬다. 티볼리를 바탕으로 한 패밀리 룩 디자인을 선보인 것이다. 렉스턴의 거대한 차체의 강렬한 남성적 이미지는 온데 간데 없고 부드럽고 도시적인 디자인이었다. 처음 출시 때는 그럭저럭 팔리는 것 같더니 팰리세이드와 모하비등의 경쟁차량이 등장하자마자 매출이 곤두박질 친다. 자동차의 판매를 디자인이란 하나의 요소로만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그래도 일반 소비자들은 대부분 디자인으로 대변되는 이미지로 구매를 결정한다.

쌍용자동차를 파멸로 몰아 넣은 결정타는 코란도에서 왔다. 코란도라는 브랜드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대한민국에서 오프로드 차량의 대표작이었으며 4륜 구동과 보디 온 프레임(프레임 바디 라고도 하며 트럭처럼 차체 하부에 강철 프레임이 있고 그 위에 차체를 얹는 구조)의 전설이었으며 지금도 많은 오프로드 매니아들이 그리워하는 차이기도 하다.

티볼리 성공후 코란도가 완전 신형으로 개발되고 모터쇼에 코란도 컨셉트 카를 선보였다. 과거의 코란도가 현대적인 옷을 입고 환생한 모습이었다. 많은 코란도 매니아들이 레트로 디자인에 열광 했다. 물론 과거와 같은 프레임 바디는 아니었지만 디자인이 주는 레트로 감성 만으로도 충분 했다. 그런데 실제 판매용 차량에는 티볼리의 디지인이 적용 될 거라는 소문이 돌았다. 많은 자동차 동호회와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했다 제발 컨셉트카 처럼 만 나오게 해 달라도 부탁이 줄이었으며 티볼리를 뻥튀겨 놓은 듯한 디자인이면 틀림없이 망작이 될 거라는 예언도 이어졌다. 그러나 양산차는 쌍용의 고집대로 티볼리를 살짝 키워놓은 듯한 그야말로 이란성 쌍둥이 디자인이었다.

디자인은 흐르는 물과 같아서 아래에서 위로 흐르지 않는다.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명품 가방을 모방한 짝퉁 가방은 많아도 싸구려 디자인을 모방한 명품디자인은 없다. 특히 자동차가 그렇다. 상위 차종이 먼저 힛트 하면 그 치종의 디자인을 모방하고 그 디자인이 아래로 내려 온다. 탑다운 패밀리 룩 디자인이다. 천만원을 더주고 코란도를 샀는데 주변에서 “야 티볼리 멋있다!” 이러면 차주는 얼마나 실망스러울까? 차를 내다 버리고 싶어 질 것이다. 차량 디자인에 민감한 필자도 주차장에서 코란도를 보면 티볼리로 혼동할 때가 많다. 그렇게 코란도는 출시하자 마자 팔리지 않는 망작이 되었다. 그리고 쌍용차는 부채를 갚지 못해 부도 위기에 처한다.

티볼리의 성공 신화가 확증편향이 되어 쌍용차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그런데 최초의 모터쇼에 출품했던 디자인은 누가 반대했을까? 아마도 내부에 꼰대가 있었을 것이다. 그 사람이 누군인지는 몰라도 디자인 결정권자임은 틀림없다. 그리고 외부 매니아들의 충고와 내부 디자이너들의 진심 어린 충고 등을 콧등으로도 안 듣고 이런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자네 티볼리가 어떻게 성공 했는 지 아나? 모르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지 그래” 티볼리의 성공이라는 확증 편향에 빠진 꼰대는 그렇게 쌍용을 말아 먹은 것이다.

KG그룹 인수 이후 쌍용자동차 시절의 임원을 전부 내보냈다는 뉴스가 나왔었다. 그리고 티볼리의 디지인과는 정반대의 터프한 이미지의 토레스 라는 차량은 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며 KG 모빌리티를 단숨에 흑자기업으로 바꾸어 놨다. 최근에 KG그룹이 코란도 신차의 디자인을 유출했는데 이제야 코란도 브랜드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이제야 깨달은 것 같다. 유출된 디자인 대로만 양산차가 나온다면 상당한 반응이 있을 것이다. 이미 인터넷의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는 반응이 뜨겁다. 레트로 디자인의 코란도가 확증편향에 빠졌던 꼰대문화를 극복히고 시장에 나온다면 토레스 이후 또 한번의 성공신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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