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영칼럼> 푸바오에 대한 단상

김준용 기자 승인 2024.04.08 19:23 | 최종 수정 2024.04.11 13:54 의견 0
남네바다주립대학교 교수

푸바오가 중국으로 떠나는 날 내린 비만큼이나 배웅 나온 인파의 눈물이 있었다. 이에 단순한 판다곰 한마리에 왜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왜 통곡까지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조롱까지 이어졌다.

내향형을 지향하는 한국문화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사용되지 말아야할 속담 중에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속담이다. 아무말도 하지말자라는 속담이 한국사람들의 깊은 마음 속을 지배해왔다. 가슴에 손을 얹고 솔직하게 생각해보자. 수업 말미에 손들고 질문을 해서 수업이 연장이 되면 싫어하지는 않았는지, 눈치 없다며 질문하는 친구에게 눈총을 주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한국의 이런 문화가 내향성을 강제했다고 본다. 개인의 의견을 말하면, 눈치없고 되바라진 사람으로 인식하게했다. 어렸을 때부터 말하지 않고 눈치로 가늠하는 것을 몸에 익히며 내향형 인간들이 대다수가 되는 사회가 결국엔 되었다고 본다.

의견이 없어야 할 때는 음식과 동물

질문도 안돼, 의견도 안됄 때 가장 안전한 주제는 무엇이던가? 날씨, 먹부림 그리고 동물이다. 매일 날씨를 좋아하기는 불가능하다. 먹는 것은 경제상황 그리고 다이어트가 방해한다. 그래서 직접 먹지않고 먹방을 본다.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을 키우는 것이 하루에 30분씩 바라보기만 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다. 한번 가족으로 맞으면 죽을 때까지 책임을 져야하는 생명체이다.

완전체 동물 푸바오

판다곰 푸바오는 작은 생명체로 용인시에서 태어나 하루 30여분만 투자해 바라보며 사랑할 수 있는 생명체였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다. 매일매일 성격을 새롭게 드러내며 재미를 선사하기도 했다. 푸바오는 좌우가 없고, 종교가 없는 완전무해한 존재였다. 의학자들에 따르면 아기를 양육할 때 뇌에서 분비되는 세로토닌과 옥시토신이 나온다고 한다. 푸바오를 공동양육하는 랜선양육자들은 하루에 30여분씩 뇌에서 분비하는 이 행복물질을 전달 받으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행복감을 공유했다. 그렇게 랜선이모와 삼촌들이 되었다.

푸질머리

푸바오는 단연코 랜선양육자들에게 공주였다. 매일매일 드러내는 판다곰의 성질머리를 ‘푸질머리’라고 부르며 귀여워했다. 만약에 5살 아이가 바닥에서 마구 구른다. 할아버지 나오라고 난장을 치고, 나무뽑고, 화단을 훼손했다면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지 상상이 가는가? 판다곰이 앞구르기 하고, 나무뽑으며, 유채꽃을 훼손해도 아무도 ‘푸쪽이’라며 질색하지 않았다. 그런푸바오를 오히려 더 귀여워하며 행복해했다.

사육사들과 푸바오의 교감

2024년 한국통계청이 발표한 일인가구는 41.8%이다. 인간관계의 단절은 고독과 함께한다. 사육사 할아버지와 푸바오라는 동물의 교감에서 신뢰감의 형성을 보게된 랜선양육자들은 위로를 받았다. 동물과 사람도 가능한 신뢰와 사랑을 보면서 다들 응원했다. 그렇게 아기곰 푸바오를 랜선으로 양육하고 사랑했다.

이별을 슬퍼하는 사람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세상

매일매일 보며 사랑하던 대상이 떠났다. 더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성질머리마저 웃으며 사랑했던 모두의 아기곰 푸바오였다.

아직도 그 사람들이 모여서 눈물 흘리는 것을 두고 조롱할만큼 이상한가? 만약에 곰한마리 보내며 눈물흘리는 현상을 반드시 바꾸고 싶다면, 이런 방법도 해결책이 될 것 갔다. 말 못하게 강제하는 한국의 단체문화를, 질문도 마음껏하는 외향인도 함께 잘사는 한국으로 바꿔보는 것을 추천한다. 조롱이 줄어들고 공감하는 세상에 한걸음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더리더스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