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일깨우는 스테인드글라스의 거장] - 조광호신부 -

조병철 기자 승인 2024.09.19 20:17 | 최종 수정 2024.09.19 22:15 의견 0


"우연 속에서 발견한 신의 선물 ···· 자연을 품은 채플과 갤러리"

“하느님의 창조와 생명의 신비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습니다. 이곳은 그 신비를 체험하며, 하느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 채플과 갤러리를 세우기로 한 이유를 설명하며, 은퇴한 사제는 이렇게 자신의 철학을 전했다.

그는 사제 생활을 은퇴한 후, 남은 여생을 세상에서 받은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아름다운 자연 속에 작은 채플과 갤러리를 세우기로 결심했다. 강화도에서 가장 넓은 갯벌과 민족의 영산 마니산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이곳은, 끊임없는 생명의 순환을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였다.

“채플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외롭고 괴로운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죠.”


사제는 이 채플이 단순한 종교적 공간을 넘어, 외로운 사람과 괴로운 사람들에게도 마음의 쉼터가 될 수 있도록 기획했다. 또한 채플 옆에 갤러리를 두어, 문화적 휴식과 만남의 장을 마련하려는 의도를 밝혔다.

이 장소를 발견한 것은 참으로 우연한 일이었다. 첫 번째 나들이에서 바로 이곳을 만나게 되었고, 그가 원하던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것을 확인한 후 단 30분 만에 결정하게 되었다.

동검도 채플 전경 <자료제공=동검도 갤러리>


Q. 사제이자 예술가로서 예술과아름다움, 그리고 신성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보시나요?

저는 미술을 전공한 시제이지만 제 신분은 역시 사제가 먼저입니다. 사제로서 예술 활동을 하지 예술가로서 사제생활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종교와 예술은 그 실존적 구조가 아주 닮아있습니다. 저에게 있어 종교와 예술은 서로 다른 영역이 아니라, 하느님의 창조를 표현하고 체험하는 두 가지 방법입니다.

저는 예술이 인간의 내면 깊은 곳에서 하느님과의 교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믿었고, 이를 통해 신앙의 깊이를 더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곳 채플도 단순한 예배의 장소를 넘어, 자연과 예술이 만나 하느님을 경험하는 공간으로, 사람들에게 영적 평안과 미적 감동을 동시에 제공하고자 한 비전을 담고자 했습니다. 그러기에 저에게 사제생활과 에술활동은 그 활동 모양새는 다르지만 내용이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는 한국 주교단 출판국장으로 일도 했고, 천주교 200주년 기념사업 기획실에서 혹은 미술대학에서 후학양성 등 교회 안에서 다양한 일을 하고 살았습니다만 늘 예술을 통해서 제 신앙생활과 복음선포, 사목 활동에 예술을 ‘하느님의 말씀’으로 알고 생활 했습니다.예술을 통해서가 아니라 예술 그 안에 하느님의 신비와 창조적 생명이 내재 하여 있다고 저는 믿었기 때문입니다. ‘진리가 곧 아름다움’이고 그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 한다’는 말씀을 믿는다면 저와 같이 무슨 작가로서 생활을 하지 않더라도 모든 그리스도인은 어떤 모양으로든지 예술가가 되어야만 하느님 말씀을 에 세상에서 읽어 낼 수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바다가 보이는 동검도 채플 전경 < 자료제공=동검도 갤러리>


Q. 갤러리를 찾는 방문객들에게 특별히 추천하는 작품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글세요 이곳 동검도 갤러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특별히 추천하는 작품을 들라고 한다면 어떤 작품을 추천 할 수 있을까요. 변변치 않은 제 작품 가운데서 라기 보다는 아주 좋은 작품 하나가 있습니다. 갤러리 2층 중안에 큰 액자 모양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있습니다. 투명한 프래임은 제가 제작하였지만 그 프레임 공간은 텅 빈 공간으로 남아있습니다. 바로 그 텅 빈 공간에 하느님은 일년 열 두달 매일 매 순간 다른 그림을 그리시고 계십니다. 하하 추천합니다.

Q. 스테인글라스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이 예술의 매력을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이 질문에 답은 스테인드글라스의 특징과 관련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무엇보다 먼저 스테인드글라스는 빛과 색채의 예술입니다. 빛은 초월적이고 내재적인 종교적 의미나 메시지를 전하는데 가장 탁월한 등가물입니다 빛 보다 더 좋은 등가물은 없습니다.그리고 스테인드글라스는 환경에술로 건축공간 안에서 그 공간의 의미와 분위기를 재 창출하는 예술입니다. 그래서 스테인드글라스가 설치 되어 있는 곳을 찾아가서 감상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물론 개별 작품으로 갤러리에 전시 한 작품을 감상 할 수 있지만 이 작품은 역시 표현의 제한성이 생기는 게 당연 할 것입니다.

동검도 갤러리 전경 < 자료제공=동검도 갤러리>


Q. 예술 활동 외에도 지역 사회와 어떻게 교류하고 계신가요?

예술활동 외에 지역사회와의 교류는 인근 소외 된 곳에 오뚜기 식품에서 보내주는 식품을 나누는 것과 채플을 방문하는 개인과 단체의 피정지도, 한국의 여러 시인 단체에게 공간을 제공하여 시낭송 및 각 단체와 그룹과의 인문학 포럼을 연대하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Q. 종교적 메세지를 담은 예술을 통해 방문객들이 더 깊은 영적체험을 할 수 있도록 특별히 의도하는 부분이 있나요?

가장 훌류한 예술은 모두가 다 영성적이고 종교적이라 생각합니다. 종교적 메시지를 담은 예술이라고 해도 너무 직접적인 도그마를 전하는 예술 보다는 그 개연성이 넓고 깊은 예술이 이곳 동검도 채플 갤러리에 더 적합하다고 봅니다.

예술을 통한 영적체험은 종교적 메시지가 분명한 작품으로 어떤 목적을 지니고 미리 선취 된 작품 보다는 ‘예술로서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 되면 종교적 메시지에 그리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봅니다. ‘진리의 드러남’이 예술이라고 보면 진리에 얼마나 충실한 예술적 아우라가 깃든 작품은 사람들이 영적체험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 믿습니다. 제 작품이 그렇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어느 누구의 작품이던 간에 이 작은 공간에서도 그 역할과 상황은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동검도 2층갤러리 조광호신부작품<자료제공=동검도갤러리>


Q. 사목활동과 예술 활동에서 서로 어떻게 영감을 주고받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목활동과 예술활동이 서로 어떻게 영감을 주고 받느냐?란 질문은 저에게 조금 거창하게느껴지는 질문입니다. 가끔 사람들이 ”신부님은 어디서 영감을 받습니까?“하고 묻습니다. 그 때 마다 저는 ”제가 영감인데 또 어서 영감을 받겠습니까?하고 아제 개그로 답합니다.

앞서 인터뷰 모두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저에게 사목활동과 에술활동의 명확한 구분은 없습니다. 형식은 다르지만 이 두 활동이 저에게는 둘이 아니라 하나 이기 때문입니다. 영감 보다는 저는 끊임없이 주어진 주제가 있으면 그 주제에 대하여 공부를 합니다. 그 분야가 무엇이던 은퇴 후 공부하는 재미는 새롭게 체험하는 인생의 보너스입니다.

동검도 채플 전경 <자료제공=동검도갤러리>


Q. 앞으로 다른 미술 장르에 도전할 계획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어떤 장르인가요?

저는 제 전공이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스테인드글라스 전공도 아니고 또 다른 그 무엇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는 미슬의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일을 했습니다.

당산철교 벽화 서소문성지 기념탑 부산 남천동 대현 유리화 구서울역 천정화 등 조금 잡다한 작업을 해 왔습니다. 오늘 우리가 르네상스 시대에 사는 것은 아니지만 한가지 닮은 것이 있다면 예술에서도 그 벽과 간극이 허물어졌다는 것입니다.

“아무 아무 예술가”가 있지 판화가 동양화가 서양화가가 따로 있어야 하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요즘 저는 미디어 아트에 관심을 두고 해매성지에 작은 작품 하나를 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저는 포스트휴면시대의 아트로 첨단 과학과 기술이 접목 된 생태정의를 호소하는 종교적이고 초월적인 메시지가 담긴 작업을 한 번 해 보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그러나 꿈이지요.. 이런 저를 두고 누가 “꿈 깨세요”한다면 저는 “꿈은 꾸는 것이 꿈이다”라고 말 할 것입니다.

서울 서소문 순교자성지 현양탑 조광호신부 작품
<자료제공=동검도 갤러리>


Q. 동검도 채플과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가장 큰 보람을 느꼈던 것은 어느 극적인 한 사건이나 순간이라기 보다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자연 속에 내재 된 신의 숨소리를 듣고 있다”는 사실을 저는 이곳 동검도 채플에서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절박한 시대··· 젊은 예술가들이 포스트 휴먼시대의 주체가 되길 바래"

“미래 세대는 척박하고 절박한 시대를 맞이할 것입니다. 이번 여름을 지나며 저 역시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절박함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말하며, 조광호 신부는 현재 우리가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마지막 세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전했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이 절박함을 함께 인식하고, 함께 이 위기에 대응해 나가길 권했다. 어떤 삶을 선택하든, 그들이 지혜를 모아 포스트휴먼 시대를 위한 예술을 통해 생태계의 정의를 추구하고, 조상들과 선배들이 남긴 죽음의 문화를 ‘생명의 문화’로 바꾸는 혁명의 선두에 서기를 바랐다.

조광호 신부는 젊은 예술가들이 이러한 변화를 이끄는 주체가 되기를 바란다며 마지막 인터뷰를 마쳤다.

부산 남천동주교좌성당 60m*30m 1995년 안틱글라스 조광호신부작품 <자료제공=동검도 갤러리>

새남터 앞 외벽 무반사유리화 4m*30ml 조광호 신부 작품 <사진제공=동검도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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