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용구칼럼> 시장변화와 지속성장

서용구 승인 2023.11.04 21:01 | 최종 수정 2023.11.04 21:13 의견 0

숙명여대 경영대교수

AI 기술과 4차산업혁명 테크놀로지가 세상을 급변화 시키는 가운데 동시에 지구 온난화, 저출산 고령화, 미중 갈등, 지역분쟁과 같은 거시환경 요인들이 심각해지면서 미래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팬데믹 이후 최근 2년간 세상의 변화는 IMF 경제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충격을 우리에게 안겨주고 있는 듯하다.

소매산업의 경우 지30년간 한국 대표 기업이었던 이마트가 2위로 내려앉고 쿠팡이 매출과 시총 그리고 성장성에서 1위로 등극하는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시장 (market) 변화에 적응(ing) 하는 마케팅에서 성공하여 지속성장 하려면 변화에 적시에 탑승 해야 한다.

요약하면 전반적으로 소비재 시장에서 아래 3가지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과 소비자 그리고 정부등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새로운 철학과 대응이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필자는 이 같은 뉴노멀 (New Normal) 시장 환경에서는 새로운 브랜드 경험과 디지털 고객경험의 창조가 필요하다.

첫째, ‘제품’을 판매하는 시대에서 ‘경험’을 제공하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 선진국 경제로 진입하면서 한국에서도 ‘서비타이제이션’ (servitization)이라는 현상이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서비타이제이션’이란 제품과 서비스의 결합, 서비스의 상품화, 기존서비스와 신규서비스의 결합을 포괄하는 현상으로 자동차가 전기장비(전장)화 되면서 서비스 구독료를 받는등 제조업이 서비스업으로 진화하는 것과 농촌 체험마을 숙박이 관광상품화 하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제품의 품질보다는 구매경험 품질이 더 중요한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서 기업들도 단순히 브랜드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경험과 체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변화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을 와우하게 만드는 것’ (Wow the customer) 을 제 1 실천 원칙으로 삼고 있는 쿠팡이 단순히 가성비 높은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이마트를 이길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이것이다.

ESG 경영을 실천하는 브랜드 철학을 가진 조직으로 재탄생하고 지속가능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보다 ‘책임있는 행동’을 실천하는 사회적 시민으로의 역할도 이전보다 중요해졌다. ‘공정’과 ‘친환경’이 새로운 시대 가치로 등장했기 때문에 기업도 이 같은 변화에 발맞추어 지속가능 철학과 힐링과 안정감 이라는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 경험 기업으로 변화해야 한다.

둘째, 소비자를 ‘팬’ (fan)으로 사고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팬은 본래 운동선수나 영화배우 드리고 가수등을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러나 유튜브와 SNS등 다양한 채널을 통하여 무한정보를 보유한게 된 MZ 세대 소비자를 중심으로 기업과 브랜드 팬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이들은 가성비 높은 제품을 구매한다는 접근보다는 특정 제품과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의미에 더 큰 관심이 있다. 단순히 상품을 구매한다기 보다는 기업이 제공하는 총체적 기대를 구매한다는 것이다. 나이키가 2019년 아마존과 결별하고 독자적인 판매망을 구축하게 된 배경에도 강력한 팬덤을 가진 소비자들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격은 비싸지만 지구환경을 최우선 고려하는 기업 가치를 가진 파타고니아 (Patagonia)회사의 티셔츠를 자랑스럽게 입고 다니는 MZ 세대 소비자를 떠올리면 더 잘 이해 하실 수 있다.

한국 역사상 최고의 글로벌 수퍼 스타인 보이그룹 BTS 와 EPL 역사상 아시아인 최고 스타로 등극한 손홍민 선수의 경우 모든 행동에서 팬을 의식하고 있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손홍민 선수는 격투기와 같은 체력을 요구하는 힘든 프로 축구경기에서 조차 항시 스마일을 유지하고 이타적 플레이로 현재 전 세계인으로 팬덤을 빠른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 이처럼 강력한 팬덤을 구축한 브랜드는 어떤 불황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불사조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된다.

셋째, 대량생산-대량소비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이제는 제품을 판매하는 시대에서 서비스를 큐레이션하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 큐레이션 (Curation) 이란 상품과 콘텐츠를 목적에 따라 분류하고 배포하는 일을 말한다. 상품과 콘텐츠의 양이 많아질수록 양질의 정보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지게 된다. 큐레이션 서비스란 개인의 취향을 분석해서 적절한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것이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대량생산-대량소비 시대에 익숙한 기성세대 (베이비부머와 X 세대) 의 구매력이 약화되기 시작했다. 한국 소비시장의 주력은 이제 MZ 세대 소비자들이다. 기성세대가 4가지 혈핵형 분류에 익숙하다면 MZ 세대는 16가지 유형을 가진 MBTI 에 익숙하다. 대가족 보다는 핵가족, 핵 가족 보다는 핵개인에 가까운 이들이 소비시장의 주력이다.

3~4인 가구보다는 1~2인가구가 이제는 뉴노멀(새로운 표준)이다. 이들은 개인의 취향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다. 그러므로 초개인화된 큐레이션으로 이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무신사와 디즈니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차별화된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고객경험을 제공한다면 이는 성공적인 X-마케팅으로 평가할 수 있다.

디지털 시대 세계는 너무 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서 소비자는 오히려 선택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차별화된 고객니즈를 겨냥하여 개인 맞춤식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향후 더욱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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