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사법시스템, 처벌과 회복사이의 균형점 필요”
"전문인력과 시설 부족으로 소년법상 보호처분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그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에서 만난 법률사무소 온슬 백선경 대표변호사는 한국의 청소년 사법 시스템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인가에 대한 첫 질문에 위와 같이 말하며 사이버불링, 디지털 성범죄 등 새로운 형태의 청소년 범죄가 증가하면서 기존 법체계로는 충분한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하였다.
특히 SNS를 통한 범죄는 피해 확산이 빠르고 광범위해 피해회복이 쉽지 않고 현재는 가해 청소년의 교화에만 중점을 둔 나머지, 피해자의 회복과 보호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지고 있으며, 피해자가 겪는 정신적 트라우마나 2차 피해에 대한 지원이 미흡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백변호사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처벌 강화가 아닌, 회복적 사법의 관점에서 가해자의 진정한 반성과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 그리고 피해자의 치유를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통합적인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Q. 청소년 사건과 학교폭력 사건을 주된 전문 분야로 삼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 변호사가 되었을 때는 민사, 형사, 가사, 학교폭력, 소년범죄 등 다양한 분야의 소송을 담당하였는데, 학교폭력, 소년범죄와 같은 청소년 관련 사건을 해결하는데 강점을 보였습니다.
이에 자연스레 학교폭력, 소년범죄를 주로 담당하며 대한변호사협회에 소년법을 전문 분야로 등록하였고, 이후 강남서초/성동광진 학교폭력대책위원회(이하 ‘학폭위’) 위원 활동 및 서울가정법원 국선보조인 활동을 병행하며 더욱 다양한 청소년 사건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Q. 청소년 사법 시스템의 핵심 철학은 무엇이며, 성인 사법 시스템과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나요?
소년보호재판의 최종 결정은 소년의 성행을 개선할 수 있는 보호처분이므로 과거에 대한 평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지향해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특히 주목받는 청소년 사건을 다룰 때, 대중이나 언론의 관심을 어떻게 처리하시나요?
가해자든, 피해자든 대중이나 언론의 관심이 해당 청소년의 선도나 피해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때는 인터뷰 등 요청을 거절하고, 선도나 피해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때는 인터뷰 등 요청을 수락합니다.
Q. 청소년 범죄자를 변호하면서 교화의 목표를 어떻게 조율하나요?
소년범죄의 경우 재비행 방지를 위해 가정 내 선도가 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1호~5호 보호처분을, 가정 내 선도가 불가능하여 소년원 등 시설에서 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6호~10호 보호처분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재비행 방지가 최종 목표이지만, 청소년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내용은 달라집니다. 예컨대, 가출청소년의 경우 가출 방지와 야간 외출 제한이 필요하고, 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의 경우 검정고시 응시 및 합격, 직업 교육 이수 등이 필요합니다.
Q. 청소년의 인생에 큰 변화를 주었다고 느낀 사건이 있나요?
중학교 1학년 말부터 우범소년으로 시작하여 고등학교 1학년까지 범죄 피해자, 가해자로 여러 사건에 연루된 학생이 있습니다.
소년분류심사원에도 여러 번 위탁되고, 보호처분 변경 신청까지 된 학생인데 부모님과 논의한 결과 소년원 등 시설에 위탁시키는 것보다는 가정에서 선도하는 것이 학생의 미래를 위하여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가정에서 선도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을 판사님께 말씀드리며 가까스로 시설 위탁을 막았습니다.
최근까지 학생, 부모님과 주기적으로 연락을 주고 받고 있는데 다행히 학생은 범죄, 비행을 멈추었고 현재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Q. 사건 처리 과정에서 감정적으로 힘들어하는 가족들과 어떻게 소통하시나요?
피해자 측에는 법률적으로 도움 줄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설명하며 조력드리고, 가해자 측에는 유사 사례를 말씀드리며 학생이 충분히 개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설명드리고 있습니다.
Q. 심각한 사건에 연루된 청소년들과의 정서적 측면은 어떻게 관리하시나요?
법률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설명해주고, 청소년심리상담센터 상담 혹은 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상담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부모님께 상담 또는 상담치료를 권유하고 있습니다.
Q. 학부모나 교사들이 흔히 오해하는 학교폭력 사건에 대한 편견은 무엇인가요?
촉법소년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훈방으로 끝난다고 생각하는 부모님, 교사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촉법소년도 소년보호재판을 통해 소년원 송치 등의 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Q. 법정에서 국선보조인으로 활동하면서 맡으신 역할과 경험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어요?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된 학생들 및 부모님과 면담을 하여 학생의 선도 가능성, 부모님의 선도 의지 및 선도 능력을 확인하여 담당 재판부에 의견을 제출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Q. 한국에서 청소년을 위한 주요 법적 보호 장치는 무엇이며, 그 장치들이 잘 시행되고 있다고 보시나요?
미성년자의 경우 형사재판이 아닌 소년보호재판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소년보호재판을 통해 성행이 개선될 수 있는 보호처분을 받아 재비행을 방지하게 됩니다.
특히 4호, 5호 보호관찰의 경우 야간외출제한(오후 10시 ~ 오전 6시 사이에 무작위로 전화를 하여 청소년들이 위 시간에 외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이 특별준수사항으로 부과되는 학생들이 있는데, 이 제도가 청소년들이 가출하거나, 야간에 외출하여 비행을 저지르는 것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1호 보호처분 중 경찰 위원에게 학생을 위탁하는 제도가 있는데, 담당 경찰 위원이 주기적으로 학생과 면담을 진행하는 것이 재비행 방지를 위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Q. 청소년이 유죄인 경우, 처벌보다는 교화를 주장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사용하시나요?
가정에서 선도될 가능성이 있어야 소년원 등 시설에 위탁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부모님의 선도 의지 및 선도 능력이 상당하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구체적인 선도 계획을 재판부에 제출하고, 학생이 부모님의 선도에 충분히 따를 의지가 있다는 점 역시 강조합니다.
Q. 가정 내의 문제가 청소년 비행의 원인인 경우, 이를 어떻게 다루시나요?
가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방안을 제시하고, 필요하다면 가족심리상담을 받도록 권유합니다.
Q. 학교와 교사들이 학교폭력 사건에서 법적 절차에 참여하는 방식은 무엇이며, 이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최근 학교와 교사가 학교폭력 사건을 담당하는 것이 아닌 교육지원청에서 담당하도록 개선되었습니다.
Q. 소년법정에서 국선보조인으로 활동하신 경험이 변호사님의 법적 접근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국선보조인으로 활동하면서 부모님의 선도의지, 선도능력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고, 사건을 진행할 때 부모님의 선도의지, 선도능력 부분에 특히 중점을 두게 되었습니다.
Q. 자녀가 학교폭력에 연루될까 걱정하는 부모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학교폭력 피해자든 가해자든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생들이 갑자기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거나 전학을 보내달라고 할 경우 이유가 무엇인지 확인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Q. 청소년 사건 및 학교폭력 변호사로서 성공을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담당하였던 가해 학생들이 재비행을 저지르지 않도록 부모님께 구체적인 선도 방법을 제시하고, 피해 학생들이 최대한 빨리 일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법률적으로 조력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소년 사법 시스템···단계별 맞춤형 개입 시스템 도입 시급”
한국의 청소년 범죄 및 학교폭력 사건을 다루는 법률 시스템이 어떻게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백선경 변호사는 현재 청소년 사법 시스템의 개선을 위해서는 '단계별 맞춤형 개입 시스템 도입이 시급' 하다고 강조했다.
백변호사는 경미한 초범은 회복적 대화 모델을, 재범이나 중대 범죄는 종합적 교정 프로그램을 의무화하는 등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고, 디지털 시대에 맞춰 사이버 폭력에 대한 명확한 처벌 기준과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야 하며, 경찰, 검찰, 법원의 청소년 전담 부서를 확대하고 전문가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백변호사는 피해자 지원 측면에서는 심리치료 지원 확대와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수적이고, 예방적 차원에서는 학교 내 법교육 의무화와 또래 상담사 제도 활성화도 중요하며, 보호처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호관찰 인력 확충과 프로그램의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설명했다.
끝으로 백변호사는 이러한 개선안들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 지원과 함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수반되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처벌보다는 교육과 회복을 통한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의 복귀를 도모하는 것이 청소년 사법의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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